나는 개인적으로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일단, 현실과 너무 다르다보니 대리만족이라는 감정도 느껴지지 않고 시청자를 우롱하는 작가의 저급한 스토리에 휘둘리기도 싫기 때문이다. 그런데 응답하라 1994는 잘 챙겨본다. 20살 때 “네 멋대로 해라” 이후로 잘 챙겨보는 유일한 드라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응답하라1994에 열광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그 이유를 옛날 1994년에 대한 향수 때문이라고 생각을 한다. 나도 그 생각에 동의한다. 응답하라 1994에 나오는 각종 소품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응답하라 1994를 본 사람들은 누구나 ‘저걸 어떻게 구했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쓴 제작진의 노력에 진심 박수를 보낸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핸드폰도 없던 그 옛날 1994년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1994년에 대해서 ‘살기는 힘들지만 험하지는 않은 시대, 그래서 삶이 힘들지만 무섭지는 않은 시대’라고 정의하고 싶다. 우리가 1994년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어쩌면 현재의 시대가 너무 비상식적이고 험난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현재의 삶에서 너무나 많은 상처를 받고 하루하루 긴장을 하면서 내 자신이 타의적으로 부서질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살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상식적이었던 옛날 시대가 그리운 것이다. 적어도 그 시대에는 힐링이라는 말이 유행이 될 만큼 상처받는 일이 많지 않았고 고등학생들의 등골브레이커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왕따로 인해 자살하는 청소년이 많지도 않았고 연쇄성폭력, 살인범도 많지 않았으니…
그렇다면 그 상식적인 시대라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상식적인 시대란 사랑하는 연인에게 진심담긴 손편지를 쓰고, 연예인들은 청소년들에게 사춘기를 잘 지낼 수 있는 힘이되며, 나라가 어려우면 국민이 금모으기 운동을 하고, 방학때는 시골에 있는 대학동기 집에 1주일씩이나 놀러 갈 수 있는….사람들 사이에 정이있는 시대다.
응답하라 1994는 소품뿐만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그 상식적인 시대의 느낌과 문화가 너무 잘 나타나 있다. 그래서 나는 비싼 명품백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녹음해서 만든 카세트선물에도 기뻐할 줄 아는 여자들이 많았던 그 시대가 그립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핸드폰으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최첨단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삶의 여유가 더 생기지도 않았고 삶의 질은 좋아졌지만 예전보다 행복해지진 않았다. 그리고 미래를 꿈꾸기도 하지만 그 만큼 현실과는 반대였던 과거를 그리워한다.
어쩌면…우리가 살고 싶은 시대란 IT가 발전한 최점단의 시대도 아니고 등록금 걱정없이 대학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결제가 발전한 시대도 아닌……사람들 사이에 정이 있어서 내가 힘들 때 옆에 있어줄 수 있는 친구를 쉽게 사귈 수 있는 그런 상식적인 시대가 아닐까?
응답하라 1994의 그들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