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020년 12월에도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면서 회고를 했었다. 그 때에도 난 2020년을 마무리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 당시에도 난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
올해에도 크게 바뀐것은 없었다. 2021년 시작할 때부터 회사에서는 조직개편으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 만큼 많은 문제도 있었다. 문제가 많다는 것은 감사하게도(?) 그 만큼 내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올해에도 죽지 않을 만큼만 일을 했다.
유독, 2021년이 더 힘들었던 이유는 아마도 2020년 10월에 태어난 둘째 때문인 것 같다. 신생아를 키우는 건 역시 참 힘든 일이다.
이번 2021년도에는…. 회사에서도 일이 많았고, 가정에서도 늘어난 식구로 인해 육아업무(?)가 늘어났다. 힘겨움은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았다. 평일에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 내에 업무를 잘 수행하고자 힘들었고, 주말에는 집에서 둘째가 기어다니기를 시작으로 걸음마를 하기까지 이동경로를 따라 다니느라 힘들었다.
회사에는 동료와 일이 있다. 가정에는 아내와 애들, 육아업무가 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나는 없었다. 원래 나 본연의 내가 존재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는 없었다. 단지, 의무로서의 나만 존재했다. 언뜻 생각해보면 참 서글프기도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현재 나의 상황, 역할, 가족, 일…..그 모든 것이 결국은 나를 구성한다. 원래 나 본연의 나는 처음부터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본연의 나는 대부분은 꿈많은 어린시절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사실 본연의 자신이라기보다 그냥 과거의 나일지도 모르겠다. 현재의 실재로 존재하는 내가 본연의 나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지 않을까?
아무튼 그 덕분에(?) 나는 회사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둘째는 무럭무럭 잘 커서 이제 엄마, 아빠를 외치며 애교를 부리는 귀염둥이가 되었다. 나 하나 힘겨워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아직까지는 괜찮다. 충분히 보람있고 가치있다.
그럼 이제부터 사라져갈 기억을 붙잡아두기 위해 내가 2021년에는 무엇을 했는지 정리해보자.
Product Owner
회계 시스템과 데이터 관리
현재 재직중인 회사가 2022년에는 상장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2020년부터 회계시스템을 개발했고 2021년부터는 운영팀과 사업관리팀에서도 회계시스템에 데이터를 넣기 시작했다. 그런데 ‘AI 학습데이터 가공 플랫폼’은 신사업이기도 하고 각종 변수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고전적인 회계데이터 관리 방식으로는 정확하게 데이터를 관리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렇다고 회계 정산 방식을 우리가 편한대로 바꿀 수는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이다. 데이터를 잘 입력하고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회계시스템을 기획/개발하는 것보다 데이터를 잘 입력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갔다. 데이터를 잘 입력하기 위해 운영팀을 교육하고 프로세스를 만들고 검증하는 과정을 만들어야 했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데이터라고 하면 분석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지만….사실 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잘 쌓는것이 중요하고, 잘 쌓기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더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크라우드잡스 오픈 + 마이페이지 개편
올해 9월 회사에서 크라우드잡스라는 새로운 Product을 출시했다. 그리고 그에 맞추어서 플랫폼에서는 마이페이지를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후배가 성장하는 과정도 함께 지켜봤다.
이 프로젝트는 생각보다 다른 Product들과의 의존성이 많다보니 생각보다 신경쓸부분이 많은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플랫폼팀은 기존 레거시 중 큰 덩어리 하나를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레거시를 걷어낸다는 것은 참 속시원한 일이다.
2020년도에는 역대급 최고의 FE 엔지니어와 일을 했었다. 그 엔지니어는 옳은 방향을 제시하고 정말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했다. 시간이 지나고 2021년에는 그 엔지니어의 후배들이 우리회사에 입사를 했다. 올바른 선배는 올바른 후배들이 따르기 마련이다. 2021년에 우리 플랫폼팀은 FE 엔지니어의 풍년이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BE 엔지니어는 많이 부족하지만, 요즘같은 시대에 FE 엔지니어가 풍년인 것은 행운이다.
훌륭한 엔지니어들 덕분에 기획에서 화면상의 문제정의만 잘 해주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수 있었다.
2개 팀의 PO를 담당했다.
사업전략이 변경되면서 부득이하게 내가 2개 팀의 PO를 겸임하게 되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2개 팀을 담당하면…하루에 데일리미팅을 2번 한다. 그리고 스프린트가 2개가 돌아가므로 스프린트 미팅도 2번을 한다. 스프린트가 2개라는 것은 기존보다 문제가 2배라는 것이다.
3개월 동안 2개 팀을 리딩하면서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건 옳지 않다. 단순히 업무가 많아서 힘들다는 것과는 다르다. 나의 영혼이 날아가는 모습을 내가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다행히 날아가는 영혼을 다시 붙잡을 수 있을 시점에 겸임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라도 팀운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엔지니어들과 좋은 기획자가 팀원으로서 각자의 역할을 충분히 잘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한 번 깨닫는다. 좋은 팀원과 일하면 리더도 성장한다.
교육시스템 연동
국민내일배움카드와 관련된 교육시스템을 플랫폼과 연동하였다. 그래서, 우리회사는 데이터라벨링 교육사업도 진행할 수 있게 되었고 운영부서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냈다.
사실, 다른 외부 서비스와 연동을 한다는 것은 타 업체와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고, 영향도 파악을 위해 꼼꼼하게 고민해야하기 때문에 오픈API로 연동하는 것이 아니라면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 취향일뿐, 비지니스 성과가 좋다면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다.
Data Driven Product Management
우리 회사는 2019년도에 애자일을 도입했다. 그때는 그냥 도입만 했다. 다들 알겠지만 애자일은 도입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 스스로 발견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명한 개발방식을 추구해야 의미가 있다.
그래서 2020년도에는 스프린트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우리팀은 스프린트 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량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엔지니어들이 그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환경을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했다. 그렇게 스프린트는 잘 돌아갔다.
그런데 스프린트가 잘 돌아간다고 해서 Product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기존까지는 스프린트 내에서 우리가 목표로한 기능을 출시하는데 주력했었는데…사실, 그건 목표설정이 잘못된 것이다. 목표는 비지니스적 유의미한 성과를 나타내거나 문제를 얼만큼 해결했는지에 대한 성과를 기반으로 수립되어야 한다.
물론, 2021년에는 문제정의가 너무 명확하기 때문에 빠르게 개발해서 기능 출시만 하면 해결되는 문제들이 많았다. 우리들은 이런 문제를 ‘쉬운문제’라고 표현한다. 참고로 ‘쉬운문제’라고 해서 개발이 쉽거나 빠르게 해결되는 문제들은 아니다. 문제정의가 쉽고 명확하기 때문에 ‘쉬운문제’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2021년도에는 이런 ‘쉬운문제’들이 많이 해결되었다. 그러다보니 2021년 말에는 ‘어려운 문제’들만 남았다. ‘어려운 문제’라는 것은 문제정의가 쉽지 않다는 것이고, 개발을 완성하더라도 그것이 사용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사용자 측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해야했다. 그리고 더불어 다양한 실험을 빠르게 순환시킬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했다.
일단, 사용자 측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아래와 같이 구성했다.
- GTM을 각 개발환경별로 다르게 배포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물론, 각 개발환경에 따라 GA도 각 환경에 맞는 속성으로 작동해야 한다.
- Product이 여러개이다보니 GA도 여러속성으로 분리되어 있었는데 이를 하나의 GA로 통합했다.
- 그대신 각 Product 별로 hotjar 등의 다른 추적시스템이 구분되어 실행되도록 했다.
- A/B Test를 위해 optimize 환경을 구성했다.
- Big Query에 쌓인 이력 데이터를 활용하여 대시보드를 구성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규칙을 만들었다. 아래 규칙은 2022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 기획은 무엇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까지 고려되어야 기획이 마무리 된 것이다.
- FE 엔지니어는 측정방안도 고려해서 개발을 진행한다.
- 측정데이터까지 확인이 완료되어야 운영에 배포한다.
- 측정된 결과데이터는 모든 팀원에게 항상 공유한다.
- 측정된 결과에 대해서 결과를 꼭 논의하고 결론을 내린다.
가정에서의 역할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좋은 남편, 좋은 아빠는 되지 못했다. 평일엔 12시 전에 들어간적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가끔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을 누리겠다고 이렇게 일을 해야할까?”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그 누구도 나에게 이렇게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그냥 나 스스로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이다. 범인은 나다.
매일 이렇게 죄를 짓다보니 가급적이면 주말에는 가정에 충실하고자 했다.(해야만 했다) 그래서 첫째 애와는 캠핑을 자주 갔다. 불행하게도 나는 갈 때마다 힘들었으나, 다행히 갈 때마다 아들은 좋아했다.
올해부터는 이제 둘째도 데리고 캠핑을 다녀야 할 것 같다.
성장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자기계발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자기계발’이라는 단어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기계발이라고 하면 그냥 Spec을 올리거나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앞으로는 성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도서
이것도 작년과 다르지 않다. 올해에는 한 12권정도 읽은 것 같다. 물론, 책을 무조건 많이 읽는다고 좋은 것은 아니지만 무조건 적게 읽는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핵심은 책을 읽는데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책 읽는 것에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 만큼 일 외에 다른 부분에서는 고민을 하거나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와 동일하다.
생각해보면 나는 거의 출퇴근 시간에 책을 읽는 편인데 올해에는 유투브나 넷플릭스를 보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쓴 것 같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영상이 보고싶어서 봤다기보다는 그냥 머리를 쉬게 하거나 즐겁게 하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영상을 본 것 같다.
음…..그렇다면 나 스스로 컨디션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것이다. 올해에는 출퇴근 시간에 30권 정도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내 컨디션 관리를 잘 해보자.
운동
사실 이젠 뭐 운동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 2020년도에는 코로나 핑계로 운동을 하지 않았고 2021년도에는 둘째 육아를 핑계로 운동을 하지 않았다. 이쯤되면 그냥 운동할 마음이 없었다고 표현하는데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2022년도에는 운동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로 했다. 안 할 것을 쓸데없이 목표로 잡아서 스트레스를 스스로 쌓고 다닐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2021년도에 운동을 전혀하지 않았는데 건강검진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아주 놀라운일이다.
2021년은 2020년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 정말 놀랍게도 똑같았다. 2020년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기인줄 알았는데 2021년도 똑같았다. 그래서 2022년도에는 별 기대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말하면 무슨 포기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으나….별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오히려 나 스스로 문제에 직접 부딪치겠다는 강력한 의지이다. 문제에 직접 부딪치겠다는데 당연히 힘이 들지 않겠나. 피할 수 없으면 그냥 받아들이는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그래도 2022년도에는 기획강의를 해볼까 고민중이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많은 후배들이 나에게 교육을 요청하는데…그 때마다 어렵게 시간내서 힘들게 교육하는게 체력적으로 힘들다. 그래서 영상을 찍어서 공유하거나 혹은 스터디그룹을 만들어서 여러사람에게 한 번에 교육을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뭐 물론, 요즘같은 시기에 여러명이 모이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강의도 한 번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