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시작을 위한 안내서

2018년 6월 전까지 나는 캠핑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집을 두고 밖에서 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힘들게 텐트를 치고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는 일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2018년 7월 ~ 12월까지 6개월 동안 약 12번의 캠핑을 했다. 매 달 2번 정도는 캠핑을 다녀온 셈이다. 처음에는 캠핑을 시작하는 누구나 그렇듯이 여름용 돔텐트와 아이스박스로 간단하게 시작하여 지금은 투룸거실형 텐트, 자충매트, 침낭, 난로, 전기요, 온풍기 등의 동계캠핑 장비까지 구매하게 되었다. 심지어 캠핑장에서 영화도 보기 위해 빔프로젝터와 스크린까지 구매하였다.

‘나도 캠핑을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가져본 계기는 간단했다. 친구 놈 한명이 중랑캠핑장에 나를 초대하여 같이 저녁을 먹은 적이 있는데 그 때 ‘우리 아들이 여기오면 좋아하겠다. 한 번 데려오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내가 캠핑을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괜히 비싼 돈 주고 장비만 사서 한 번 다녀오고 불용품이 되는건 아닌지 고민이 되었다. (사실 이런 고민은 캠핑을 시작하는 누구나 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캠핑이 본인과 잘 맞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단계가 필요하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언제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늦봄이나 초여름을 추천한다. 즉, 저녁이되더라도 쌀쌀하지 않은 계절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조금이라도 날씨가 추우면 그 만큼 챙겨야 할 장비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침낭과 미니 온풍기는 기본이고 많이 추울 경우 난로도 챙겨가야 한다. 난로와 침낭은 비용도 비용이지만 부피가 크다. 따라서, 첫 시작은 난방용품이 필요없는 5월 ~ 6월 정도를 추천한다. 참고로 4월 달도 캠핑장의 저녁은 쌀쌀하기 때문에 난로를 많이 챙겨간다.

첫 시작은 글램핑도 괜찮다.

세라핌 글램핑

일단, 바로 장비를 사서 캠핑을 시작하는 것보다 글램핑으로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 글램핑만 하더라도 일반 펜션보다는 많이 불편하기 때문에 캠핑이 본인과 맞는지 안 맞는지 정도는 체크할 수 있다. 참고로 글램핑은 시설이 너무 좋은 곳보다는 약간 부족한 곳을 추천한다. 그리고 1박을 하지 않더라도 저렴한 가격에 당일 체험을 할 수 있는 곳들이 많이 있는데 당일 체험만 하는 것도 괜찮다.

글램핑이 괜찮았다면 텐트가 제공되는 캠핑장으로 가보자.(여름)

출처 : 서울대공원 캠핑장 홈페이지

글램핑이 괜찮았다면 실전 캠핑을 해보자. 그런데 바로 텐트를 구매하고 오토캠핑장을 가는 것보다 텐트가 제공되는 캠핑장에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날씨가 더운 6월~7월이라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서울대공원 캠핑장을 추천한다. 서울대공원 캠핑장만 하더라도 산에 있는 캠핑장이라서 저녁에 시원하다. 단, 오토캠핑장이 아니라서 카트로 짐을 날라야 하는 불편함은 있다.(카트는 무료 대여)

텐트가 쳐져있는 곳은 일반적으로 텐트와 함께 테이블도 제공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짐이 많이 줄어든다. 아래 장비 정도로도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텐트치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 아이스박스
  • 랜턴
  • 매트베개
  • 버너
  • 코펠
  • 모기약
  • 세면도구
  • 그 외 식재료 및 의류

캠핑은 왜 좋은 것인가?

가평또올래 캠핑장에서…

캠핑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다. 더운 여름에 뭐하러 캠핑을 가냐는 것이다.(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더우니까 시원하기 위해서 캠핑을 간다’라고 대답한다. 여름에 서울대공원 캠핑장을 다녀온 사람은 안다. 에어컨이 없더라도 냇가가 있는 산속에 있으면 시원할 수 있다는 것을…그리고 그 상태에서 먹는 고기와 맥주가 얼마나 맛있는지를…. ㅋㅋ

물론, 땡볕에서 짐을 옮기는 과정은 굉장히 힘들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한 좋은 세계가 펼쳐진다. 애가 물속이나 방방이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며 시원한 야외에서 맛있는 고기와 맥주를 먹으면 …’삶이 복잡할 필요가 전혀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는 이 맛에 캠핑을 계속했다. 이렇게 힐링을 하며 다시 한 주를 버틸 수 있었다. 캠핑을 하는 목적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캠핑을 계속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내 생각엔 그 이유를 찾은 사람들이 계속 캠핑을 하는 것 같다.

*물론, 여름에 캠핑을 할 때는 시원한 곳을 가야한다. 산이나 냇가가 있는 캠핑장이 아닌 도심에 있는 캠핑장을 가면 절대로 안 된다. 여름에 도심속 캠핑장은 그야말로 찜통더위속에 에어컨 없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캠핑이 좋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자.

가평또올래캠핑장에서…

텐트가 쳐져있는 캠핑장을 한 번 다녀와서도 캠핑을 계속 하고 싶다면 이젠 텐트를 구매해야한다. 만약 여름에 캠핑을 시작한다면 돔텐트+렉타타프를 추천한다. 텐트종류도 많고 타프 종류도 몇가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조합이 가장 효율적인 것 같다. 그리고 테이블과 캠핑의자도 필요하며 30m정도의 전기릴선도 필요하다.

어차피 당신은 개미지옥에 빠진다.

쿼크밸리 캠핑장

텐트를 사고 캠핑을 한 번 다녀오면 정말 필요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테이블에서 음식하는 것과 먹는 것을 동시에 하는것이 굉장히 불편하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에 키친테이블도 구매하게 될 것이고 감성캠핑을 위한 도구들도 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일반 버너로는 조리가 불편하기 때문에 구이바다 혹은 투버너(불이 두군데에서 나오기 때문에 찌개와 고기굽는 것을 동시에 가능)도 구매하게 될 것이고 날씨가 덥다면 써큘레이터도 필요할 것이다. 물론 불멍을 좋아하는 사람은 화로대도 구매할 것이다. 아 그리고 굉장히 밝은 랜턴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아무튼 장비는 끝도 없다.

어쩔 수 없다. 이제부터 장비고민은 계속 될 것이다. 나는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서 다음 포스팅에서는 내가 생각했을 때 꼭 필요한 장비들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0 Shares:
1 comment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You May Also Like
Read More

기획자와 스토아철학

기획자로서 일을 하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우울할 때가 있다. 그 우울함이 심해지면 '나는 과연 필요한 존재가 맞는가?'라는 생각까지 들곤 한다. 문제는 이런 경험을 자주 할수록 자존감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내가 겪어온 경험을 토대로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Read More

내 리더가 회사를 떠났다.

어떤 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저 분의 인성과 역량을 닮고 싶다. 내 아들이 커서 어른이 된다면 나의 모습보다는 저 분의 모습을 닮았으면 좋겠다." 그 분은 내가 현재 재직중인 회사의 CTO이자 나의 리더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분과 나는 전혀 다른 성격의 소유자이고 업무 스타일도 많이 달랐다. 하지만 난 정말로 그분을 닮고 싶었다.
2021년 회고
Read More

2021년 회고(Product Owner, 가족, 성장)

회사에는 동료와 일이 있다. 가정에는 아내와 애들, 육아업무가 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나는 없었다. 원래 나 본연의 내가 존재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는 없었다. 단지, 의무로서의 나만 존재했다. 언뜻 생각해보면 참 서글프기도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현재 나의 상황, 역할, 가족, 일.....그 모든 것이 결국은 나를 구성한다. 원래 나 본연의 나는 처음부터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