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와 후배 그리고 Product

대학원 시절, 창업을 한 적이 있고 ‘아 아직은 때가 아니구나!’라는걸 아주 진하게 느낀 후 졸업후에는 취직을 했다. 취직했을 그 당시 내 사수가 내 사회생활의 첫 사수이자 멘토였다.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그냥 그 사람을 잘 따라가기만 하면 나는 성장할 수 있었다.

  • 기획자들에겐 너무 익숙한 스토리보드 작성하는 것도 배우고
  • 개발자들에게 리뷰하는 것도 배우고
  • 상황에 따라선 정치하는 법도 배웠다.
  • 그 중에서 내가 가장 많이 배운 것은 그 사수가 문제를 접근하는 사고방식이었다. 이때 배운 것을 나는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 대학교 시절 때라도 누군가 나에게 이런 도움을 줬더라면 나는 분명 더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라는 어리석은 생각도 한 적이 있다.

아무튼 사수 혹은 선배라는 존재는 생각보다 후배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나는 그 당시 내 사수와 아직까지도 연락을 하는데 그 분도 자신의 주니어시절 사수가 자신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나는 언젠가 선배라는 것에 대해서 깊게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선배가 우리에게 왜 소중한지를 생각한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선배의 소중함

생각을 해보니, IT 분야에서 근무를 하는 사람들의 환경은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야근에 시달리고 힘겨운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내가 여기에서 말하는 것은 좋은 환경을 가진 곳이 기존보다 조금씩이라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생각을 해보면 그 시간동안 선배들의 노력과 저항이 있었다. 지금 우리가 현재의 환경에서라도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지난 과거 선배들의 시행착오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지난 과거의 결과로 존재한다. 선배들의 시간으로 현재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고 우리의 현재가 미래의 후배들에겐 과거가 되는 무한반복이다. 너무나 당연한 소리로 들리 수도 있겠으나 현재와 미래만을 강조하는 현대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이 당연한 사실을 자주 간과하기 마련이다. 현대 사회의 현재와 미래는 철저하게 자기 중심적이다. 내가 현재 어떤 커리어를 쌓아야 미래에 어떤 포지션을 가질 수 있는지가 현대 직장인들에겐 굉장히 중요한 과제인것이다.


리더와 선배는 다르다.

선배 = 리더 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선배와 리더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

리더는 팀원과 역할로 구분된다. 따라서, 팀원으로서의 역할을 잘했다고 해서 리더로서의 역할도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부서가 변경되면 역할도 변경되기 때문에 리더도 함께 변경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선배와 후배는 사회적 연결고리를 기반으로한 인간적 관계이다. 따라서, 역할이 바뀐다고 해서 선배가 후배로 바뀌는 것도 아니고 후배가 선배의 리더라고 해서 선후배 관계가 바뀌지도 않는다. 그래서 선배는 부서가 바뀌어도, 직장이 바뀌어도 그 관계가 변하지 않으며, 변하지 않기 때문에 그 어떤 상황에서도 후배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직장 내에서의 ‘선후배 관계’를 ‘리더와 팀원 관계’와 동일한 것으로 착각할 경우, 선배가 타 부서의 후배를 도와주는 순간 그것은 참견의 시선으로 변질된다. ‘선후배 관계’와 ‘리더와 팀원 관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겠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정확히 말하면…..확실히 존재한다. 내가 그 상황을 겪어봤기 때문이다.


현재 선배의 책임

아무튼, 우리의 현재 시간은 지난 과거 선배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결실이며 우리들도 이 노력을 계속 진행해야 한다. 현재의 후배들도 미래에는 선배가 될 것이고 그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한다. 주니어시절 선배로부터 그런 도움을 받아본적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후배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선배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외롭게 성장하는 후배가 줄어든다. 그리고 도움을 받는 후배가 많아져야 그들 스스로 다른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게 된다.


후배와 함께 나란히 product을 오픈했다.

2018년, 현재 회사에 기획팀장으로 입사했을 때 첫 팀원인 후배가 있었다. 그 친구는 기획자 신입이다. 그래도 그 당시엔 나도 지금보다는 여유가 있었기에 ‘문제를 정의하는 사고방식’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교육을 했다. 그리고 많은 일을 함께했고 함께 하는 동안 셀수없이 많은 지적과 칭찬을 했다. (그 친구 말로는 지적이 70%라고 한다.)

그렇게 3년이 지났고 그 친구는 무럭무럭 성장하여 신규팀의 최연소 팀장이 되었다. 그리고 신규 Product의 책임자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 product은 현재 내가 담당하고 있는 product과 dependency가 있는 product이기 때문에 같은 날 동시에 오픈을 했다.

그리고 전직원 앞에서 새로 오픈한 product에 대해서 같이 발표를 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참 기분이 좋았다.

요구사항보다 문제정의가 왜 더 중요한지…정책문서를 왜 써야하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개발자와의 리뷰는 어떻게 해야하는지….등 기초적인 것부터 알려줘야 했던 후배가 이제 나와 동등한 입장에서 나란히 product을 오픈했다는 사실이 너무 뿌듯했다. 그 후배가 빠르게 성장한 것이 가장 뿌듯하고 선배로서 나에게 주어진 책임을 해냈다는 것에 대해서 나 스스로에게도 뿌듯했다.


후배로부터 선배도 성장한다.

돌이켜보면 난 후배를 성장시키는데 생각보다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말 수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 기획자로 입사했지만 배움을 싫어하는 친구도 있었고
  • 배우고는 싶으나 행동하기는 싫어하는 친구도 있었고
  • 배우는 과정에서 자신의 부족함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친구도 있었고
  •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노력했으나 생각보다 성장이 느린 친구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나 또한 후배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었다. 선배도 후배로부터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 후배의 성장을 위해 인간적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배우게 되고,
  • 상대방을 기다려주는 방법을 알게되고,
  • 후배로부터 발견되는 문제점을 보며 그것이 나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깨우치게 되기도 한다.

선배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후배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과정은 필요한 것이다.


당신이 성장하는데 도움준 선배나 동료는 누구입니까? 어떤 도움을 받았습니까?

내가 기획자 인터뷰를 할 때 항상 물어보는 질문이다.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 질문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타인으로부터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사실 도움을 준다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즉, 도움을 받아본 경험이 있고 자신이 특정 누군가로부터 도움받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감사 할 줄 아는 사람이 그 경험을 토대로 남에게 도움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동료에게 도움을 준적이 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이 경험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다른 동료에게 도움을 받아본적이 있냐고 물어보면 명확하게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상한 일이다. 도움을 받은 사람보다 도움을 준 사람이 훨씬 많다.

어쩌면 우리는 계속 선배들로부터 매 순간 도움을 받아왔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우리 스스로 그것을 인정하지 않거나 모르고 지내왔는 것일 수도 있다.

0 Share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You May Also Like
Read More

기획자와 스토아철학

기획자로서 일을 하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우울할 때가 있다. 그 우울함이 심해지면 '나는 과연 필요한 존재가 맞는가?'라는 생각까지 들곤 한다. 문제는 이런 경험을 자주 할수록 자존감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내가 겪어온 경험을 토대로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Read More

내 리더가 회사를 떠났다.

어떤 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저 분의 인성과 역량을 닮고 싶다. 내 아들이 커서 어른이 된다면 나의 모습보다는 저 분의 모습을 닮았으면 좋겠다." 그 분은 내가 현재 재직중인 회사의 CTO이자 나의 리더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분과 나는 전혀 다른 성격의 소유자이고 업무 스타일도 많이 달랐다. 하지만 난 정말로 그분을 닮고 싶었다.
2021년 회고
Read More

2021년 회고(Product Owner, 가족, 성장)

회사에는 동료와 일이 있다. 가정에는 아내와 애들, 육아업무가 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나는 없었다. 원래 나 본연의 내가 존재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는 없었다. 단지, 의무로서의 나만 존재했다. 언뜻 생각해보면 참 서글프기도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현재 나의 상황, 역할, 가족, 일.....그 모든 것이 결국은 나를 구성한다. 원래 나 본연의 나는 처음부터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