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저 분의 인성과 역량을 닮고 싶다. 내 아들이 커서 어른이 된다면 나의 모습보다는 저 분의 모습을 닮았으면 좋겠다.”
그 분은 내가 현재 재직중인 회사의 CTO이자 나의 리더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분과 나는 전혀 다른 성격의 소유자이고 업무 스타일도 많이 달랐다. 하지만 난 정말로 그분을 닮고 싶었다.
내 리더는 모든일에 항상 최선을 다했고 그러기에 당연히 항상 바빴다. 내 리더가 지쳐보이면 나는 그 분에게 도움이 되고자 노력을 했고, 내 리더는 그런 나를 보며 걱정했다. 우리 개발조직의 CTO와 팀장들은 이런 무한 루프를 돌며 서로를 진심으로 믿고 의지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했다.
사실 내가 엔지니어는 아니기 때문에 CTO라는 역할에 대해서 깊게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단순히 “기술적 성장을 위해 개발조직을 리드하는 역할’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리더를 보면서 CTO의 역할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를 알게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많이 느낀 점은 리더는 ‘이끄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섬기는’ 역할도 해야한다는 것이다.
내 리더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맡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혹시 집중을 방해하는 다른 업무들이 있다면, 본인이 직접 그 업무를 처리했다. 기술적 성장을 위해 조직을 ‘이끄는’ 것 뿐만아니라 기술적 성장을 위해 섬기는 것에도 능숙했다.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았으며 동시에 냉정함도 잃지 않았다.
어쩌다보니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는 비현실적 인물로 표현된 것 같은 느낌은 있지만 아무튼 내 리더는 그런 분이었다.
그리고 어제… 내 리더가 퇴사를 했다.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그 분답게 현명한 결정을 하셨다. 물론, 남은 사람들은 아쉽겠지만, 그 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가장 현명한 판단이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하필 내가 코로나를 걸리는 바람에 사무실 출근을 하지 못하여 내 리더의 마지막 퇴근을 배웅해드리지 못했다. 내 나름대로 선물도 사고 마지막 인사말도 고민해보기도 하고, 혹시라도.. 아주 혹시라도 창피하게 눈시울이 불거지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는데……결국, 마지막 인사는 slack으로 하게되었다.
어쨌든, 나는 그 분이 만들어놓은 환경속에 남은 사람이고, 이제는 많은 문제들을 나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적어도 당분간은…나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접했을 때 ‘그 분이라면 어떤 결정을 했을지’를 생각하며 내 리더를 많이 떠올릴 것 같다.
우리도 google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들도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우리도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어요.
우리는 달리는 자동차의 바퀴를 갈아끼우고 있는 중이에요. 당연히 멈춰있는 차의 바퀴를 갈아끼우는 것보다는 훨씬 어려울 겁니다.(레거시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차세대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 中)
by 장정식